삼체 소설 1권 (삼체문체) 후기, 삼체인? 넷플릭스 드라마와 차이점, 네이버 웹툰
목차
최근 넷플릭스에서 '삼체'를 정말 재밌게 봤다. SF 장르적 상상과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플롯, 아주 내가 좋아하는 소재다. 그렇게 드라마에 먼저 흥미를 느끼고 시즌1 이후의 뒤 내용이 궁금하여 유튜브를 통해 다음 스토리도 접했다. 점점 더 커지는 스케일과 재미 덕에 이렇게 책까지 들게 되었다.
작가 : 류츠신
번역가 : 이현아
쪽수 : 448쪽
2006년 잡지로 연재를 시작하여 200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중국에서는 300만 부가 팔렸으며, 2015년에는 아시아 SF소설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중국에서는 실사화에 대한 노력을 계속한 거 같은데 영화는 불발되었고 23년 1월부터 텐센트 OTT에서 드라마를 방영했다. 우리나라는 티빙에서 시청할 수가 있으며 총 29화 긴 분량을 가지고 있다. 시간 되면 봐봐야지. 예고편만 봐서는 나쁘지 않다. 중국에서 만든 드라마인데 '문화대혁명'의 내용도 다룰지 궁금하다.
1. 줄거리
나노과학센터에서 나노소재를 연구하고 있는 '왕먀오'. 어느날 그의 집으로 경찰 두 명과 군인 두 명이 찾아온다. 그중 '스창'이라는 경찰은 첫 만남부터 왕먀오에게 굉장히 무례하게 굴었고 그들은 왕먀오를 반강제적으로 한 작전센터로 데리고 갔다. 그 자리는 미국 공군, 영국 육군, CIA 등 군인과 경찰이 있었고 나머지 반은 유명한 과학자들로 채워져 있다.
작전센터의 회의 내용에는 전시 상황과 적의 공격에 준비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는데 이 평화로운 시대에 어느 국가와 전쟁을 하는지 왕먀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다. 그중 '창웨이쓰' 장군은 왕먀오에게 한 자료를 건네주었는데 그 자료에는 3명의 유명한 물리학자가 있었고 그 중 '양둥'이라는 물리학자는 왕먀오가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명단에 있는 세 사람은 최근 두 달 사이에 자살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전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과학의 경계'라는 학회에 소속된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작전센터에서 왕먀오를 데려온 이유는 그에게 과학의 경계에 잠입해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스창의 과학자를 무시하는 태도에 왕먀오는 그의 콧대를 눌러주기 위해 이를 승낙한다.
그리고 왕먀오는 이상한 일을 경험한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왕먀오는 찝찝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풍경의 사진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인화했는데 첫 사진에 '1200:00:00'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각각 다음 사진 마다 '1199:49:33' , '1199:40:18'.... 숫자는 계속 나타났고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숫자의 간격이 매초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했고 이 숫자들이 특정 시간을 카운터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진을 통하지 않아도 항시 그의 시선에 끝에 숫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왕먀오는 자신이 미친 것은 아닌지 절망과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의 식견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과학의 경계의 '선위페이' 박사를 떠올렸다. 선위페이를 찾아간 왕먀오는 인화한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선위페이는 뜬금 없이 그의 '나노소재 프로젝트'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그 연구를 중단하라는 당황스러운 말만 할 뿐이었다.
우연히도 나노소재 프로젝트는 설비에 문제가 있어 4일 정도 점검에 들어가면서 연구는 일시 중단이 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왕먀오 눈앞에 나타나던 숫자는 없어졌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시 선위페이를 찾아간 왕먀오, 그리고 선위페이는 왕먀오에세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우주 전체가 당신을 위해서 반짝일 거라고.
2. 삼체와 삼체인
소설 속 삼체란 태양이 세게로 구성된 태양계를 말한다. 그리고 삼체인은 그 태양계에 속한 지적 생명체다. 그리고 이들의 태양계는 이 태양이 세개라는 것 때문에 생존에 문제가 된다. 각각 항세기와 난세기를 반복하는데 난세기가 오면 태양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태양이 뜨지 않아서 기온이 내려가거나 3개의 태양이 떠서 대지의 모든 것을 태우기도 했다. 3개의 태양이 1열로 뜨는 난세기에는 태양이 당기는 인력에 의해 붕괴된 문명도 있었다. 이렇게 난세기를 겪으며 삼체인의 문명은 약 200번 정도 멸망했다. 긴 시간 동안 삼체인들은 3개의 태양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행성을 찾아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주할 행성은 삼체와 4광년 거리에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삼체 행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체인들은 자신들의 수분을 탈수시켜 동면에 상태에 들어갈 수 있게 진화했다. 삼체인 사상 또한 전체 문명의 생존을 위해 개인은 존엄은 가볍게 여기게 되었으며, 삼체 사회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부양하지 않았다. 삼체인의 생식 활동도 흥미로운데 그들은 이성과 결합을 통해서 번식을 한다. 결합한 유기물의 3분2는 에너지가 되고 3분1은 새로운 유기체가 된다. 그리고 그 유기체는 3~5개로 분열하며 자식이 탄생한다. 그렇게 탄생한 자식은 전 세대의 기억을 물려받는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삼체인은 기억의 계승을 통해 지식을 전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삼체인 사이에서도 '비천한 사회적 지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인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회체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교육이 아닌 계승이 삼체 사회의 계급사회를 더 견고히 만들 수도 있을 거 같다.
삼체인들에게는 100분 1광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 함선이 있다. 그리고 약 450년 정도면 지구에 도착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인간의 빠른 문명 발전 속도다. 지구는 산업 시대부터 원자력 시대까지 200년밖에 안 걸렸다. 이 빠른 기술 발전 속도는 삼체인의 200개의 문명 가운데서도 찾을 수 없는 이례적인 속도였다. 그렇게 삼체인이 450년 이후 지구에 도착했을 때는 지구인의 과학 기술이 삼체인을 초월할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삼체인이 준비한 것이 바로 '지자 프로젝트'
'지자 프로젝트'는 양성자를 2차원으로 펼쳐 그곳에 대규모 미시 회로를 만들고 이를 다시 11차원으로 수축하여 양성자 슈퍼 스마트 컴퓨터를 만든다. 그리고 광속으로 이동이 가능한 지자를 지구로 보냈다. 지구에 도착한 지자는 지구의 물리학 연구에 사용되는 가속기에 잠입하여 오류를 발생시켜 지구 기술의 발전을 둔화시킨다. 그리고 모든 지구인을 감시할 수도 있으며 고에너지 지자는 인간의 망막에 숫자와 도형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삼체인의 지자 프로젝트는 지구를 향한 첫 번째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삼체인들은 인간의 망막에 이런 글을 남김다.
'너희는 벌레다'
3. 드라마와 차이점
드라마 시즌1은 소설 '1부 삼체문체'에 '2부 암흑의 숲'이 섞여 있는 거 같다. 드라마와 소설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데 '예원제'의 일생과 삼체인이 지구로 오고 있다는 거대한 흐름의 방향은 다르지 않다.
몇 가지 차이점을 언급하면 우선 소설은 중국, 드라마는 영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등장인물의 관계도 많이 각색되었다. 소설 1부만 놓고 볼 때는 왕먀오(살라자르)만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서는 각가 2부, 3부의 주인공들도 같은 지도 교수를 둔 대학 동기로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과학의 경계' 학회 내에서도 '강림파'와 '구원파'로 분쟁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VR 장비도 원작에서는 헤드기어뿐만 아니라 전신에 슈트를 착용해야만 한다.
소설에는 관측 장비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우주배경복사'를 깜빡이는 것으로 끝나지만 드라마에서 등장한 밤하늘을 깜빡이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를 목격한다. 소설에서 나오는 삼체인의 영향력 보다 드라마에서는 더 화려하고 임팩트 있게 연출을 했다. 한 사람이 본 원작의 내용을 전 세계인이 본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대한 스케일로 바꾼 것이다. 확실히 시각적인 면과 자극적인 요소는 더 재미가 있다. 또한 드라마 속 삼체인은 신격화된 모습으로 묘사하는데 소설에서는 그들도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명체일 뿐이다. 소설 속 언급 중에는 삼체인과 인간의 망막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한다.
4. 네이버 웹툰
사실 삼체는 네이버 22년에 웹툰화가 되었다. 지금은 총 71화로 1부를 완결했다. 7화까지 미리보기가 가능한데 웹툰 속 인물들의 대화를 보니, 소설 속 주인공들의 대사와 똑같다. 웹툰은 원작에 대한 특별한 각색 없이 소설 내용을 웹툰화 시킨 것 같다.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웹툰에서는 삼체인들을 캐릭터화 시켜서 그렸다. 원작, 드라마 모두 삼체인의 외형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한 내용이 없다. 웹툰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초반에는 웹툰의 그림 연출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이 있는 거 같은 완결에 갈수록 평점은 좋아지고 있다. 아마 초반에 보던 사람들은 이탈하고 찐팬들만 남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원작의 내용은 알고 싶은데 소설이 좀 부담스럽다면 네이버 웹툰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히려 웹툰에서는 캐릭터 등장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정들이 나와 있어서 보기 편할 수도 있다.
5. 마무리
드라마와 소설 더 재밌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소설을 택할 거 같다. 드라마를 통해 소설에 흥미를 가진 것은 거대한 스케일의 세계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나타내는 SF 요소 연출들은 사실 다른 SF드라마, 영화와 비교하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등장 인물의 서사도 공감하기 어렵고. 오히려 소설 쪽이 좀 더 짜임새 있고 촘촘한 재미가 있다. 인류의 자정능력을 의심한 예원제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큰 철퇴가 되어 돌아오는 흥미로운 세계관. 이 세계의 끝은 어떻게 될지 하는 궁금증에 책을 들었다.
미국 전 오바마 대통령이 작품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백악관의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진다는 말이 어떤 뜻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거 같다. 류츠신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아직 남은 2부, 3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리고 다행히 드라마 시즌2도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책에 잘 모르는 내용도 나와서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책 밑에 번역가의 주석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폭넓은 과학 역사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스케일 큰 SF소설을 찾는다면 삼체 추천.